이사를 앞두고 며칠 동안 마음이 무겁기만 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쌓아온 물건들이 집 안 구석구석에 얽혀 있었고,
손대기만 해도 추억이 쏟아져 나와 정리조차 힘들었으니까요. ‘과연 이 큰 짐들을 무사히 옮길 수 있을까, 혹시 소중한 게 깨지진 않을까’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던 그날 아침, 통인 직원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그 순간 집 안 공기가 달라졌습니다. 우왕좌왕하던 제 마음과 달리 그들은 침착했고, 움직임 하나하나가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오래된 서랍장을 들어올릴 때도, 낡은 책을 포장할 때도 그들의 손길은 무겁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짐을 옮기는 게 아니라 제 과거와 함께 대화하는 듯했죠.
특히 아버지가 생전에 쓰시던 낡은 안경 케이스를 발견했을 때, 저는 순간 멈춰 서서 숨을 고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건 특별한 거죠?’라는 직원의 말에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었을 작은 물건 하나에 담긴 제 이야기를, 그들은 먼저 알아봐 주었으니까요.
낡은 집이 점점 비워져 갈수록 허전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은 가벼워졌습니다.
짐이 옮겨질수록 ‘새로운 시작’이 그려졌고, 그 빈 공간을 마주하며 저는 비로소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통인 팀이 만들어준 차분함 덕분에, 두근거림과 설렘이 걱정을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새집에 들어서자마자 보았던 장면은 잊을 수 없습니다.
거실에 가지런히 놓인 박스들, 옷걸이에 똑바로 걸린 옷들, 먼지 하나 없이 정리된 공간은 마치 오래전부터 제가 살아온 집 같았습니다.
그곳에서 커피를 내리며 앉아 있자니 ‘이삿날은 고단한 날’이라는 제 오래된 편견이 단번에 무너졌습니다.
통인은 제 짐을 옮긴 게 아니라, 제 삶을 옮겨주었습니다. 불안과 두려움으로 가득했던 하루를, 설렘과 감사로 채워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이사를 마친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삶의 한 장면을 선물받은 사람으로서 이 글을 남깁니다.
